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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광주 퀴어 문화 축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들..


광주 퀴어 문화 축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점


오늘(2018.10.21) 광주에서 퀴어 문화 축제가 성공리에 마무리 되었다고 한다. 행진시, 반동성애 기독교 단체들의 횡포로 멈칫멈칫하다, 결국 퍼레이드는 완주되지 못했고 행사장까지 다시 되돌아가야했다. 또한 기독교 단체의 무력 행사로 인해 행사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같다. "저기 저 아저씨 차 망가트리고, 그냥 유유히 가시잖아요 경찰분들 좀 잡아주세요"라고 운영 관계자분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러한 폭력이 그들의 교리인 것일까?


많은 반동성애 단체들이 퀴어 무리를 카메라로 찍었고, 많은 퀴어 분들은 "찍지마", "찍지마세요", 손가락 빠큐등으로 대응했다. 행진은 가로막혀 땡볕아래 고립되었다. 


반동성애 기독교 단체들의 혐오어린 눈빛과 역겨운 전도 멘트, 그리고 퀴어분들의 욕설과 고함이 뒤섞여 멘탈이 약한 나에게는 그 상황이 마치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의 혼돈과 같이 느껴졌고, 현기증이 났다. 그래도 퀴퍼 운영 관계자분께서 "무대응이 원칙입니다."라며 퀴어분들을 진정시켜주어 상황이 방치된 것이 아닌, 통제되(하)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부스에 계신 분들은 모두 친절했고, 판매중인 굿즈들은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매번 퀴퍼에서 느끼는 감동적인 부분 <성소수자 부모 모임>의 <프리허그>, 그분들에게 안겨 펑펑우는 애기들.. 그간 얼마나 외롭고, 아팠을까, 얼마나 오랫동안 그 아픔을 혼자 견뎌내고 있었을까.. 늘 고맙고 감동적인 단체, <성소수자 부모 모임>


'팬티축제'라는 혐오 피켓이 굉장히 많았지만 실상 노출한 사람은 1도 없었다. 뭐, 팬티축제면 또 어떠하리..




광주 퀴퍼가 아쉬웠던 점.


참여 단체도 굿즈도 프로그램도 다양하지 못했다. 물론 '지역' 퀴어축제인 점과 '처음'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예산이 넉넉하지 못했으리라, 열악한 상황에서 아주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행사장과 퍼레이드에서 나오는 음악.. 들었던 노래가 또 나오고, 또 나오고, 또 나오고.. 좀 지겨웠다. 흥을 낼래야 낼 수가 없다. 선곡 또한, 아쉬웠다. 핫한 퀴어 싱어들이 꽤 많다. 또한 그들의 클럽 리믹스 버전 또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대부분 아이돌 노래들이었다.


게이(단체)가 이렇게도 없었나? 아무리 페미가 뜨거운 감자라지만, 세상에 게이 카테고리의 부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샵이 참가하여 무료로 콘돔을 배포해주었다, 하지만 아이샵은 게이보다 HIV 카테고리로 더 느껴진다.) 굳이 편가르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광주 퀴퍼 참가자의 80% 이상은 여성이었으며, 10~20대 청(소)년들이었다. 아재 게이인 나로서 소속감(?)을 찾기 어려웠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게이의 수가 아주 적었으며 그마저 참가하신 게이 피플도 대부분 서울 및 타 지역에서 지원을 온 분들인 것 같았다. 1회니까.. 앞으로 점진적으로 광주 로컬 게이들의 참가가 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퀴퍼가 일요일에 진행되다니 ㅜㅜ 에프터 파티도 (할 수)없고, 다음 날 출근을 해야한다. ㅜㅜ 특히나 지원간 분들이라면 더욱 더 고단할 것이다.


행진중 "찍지마!!"에 대해서, 대부분 혈기왕성한 애기들이었기는 했지만, 행진 밖의 대상을 모두 '적'으로 인지하는 것 같았다. '이곳은 퀴퍼가 아니라 불편한 용기 시위 현장이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의 '화'를 이해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찍는 대상이 혐오 세력이 아니라면, 기분 좋게 V를 그리고 손을 흔들어 보이는 관용(?)과 용기(?)를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아마도 <혐오문화대응네트워크> 부스에서 제공했던 종이와 싸인펜을 이용하여 하고싶은 말등을 적어 퀴어분들이 들고 다니거나 가슴에 붙히고 다녔다. 그런데 내 눈에 띈 세글자 '자이루'(ㅈㅈ하이루의 약자로 워마드에서 사용하는 단어, 남성을 비하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은어이다.).... 쓰는 걸 보고도 제지를 안한 것인지, 몰랐던 것인지, 버젓이 돌아다니길래 조금 당황..


흡연 부스가 없었다. ㅜㅜ



신기했던 점(?)


광주송정역에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퀴퍼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학생들끼리 주고 받던 대화가 신기했다. "어? XX아!!? 어디가?" "너도 혹시 퀴퍼가?" "꺄르르륵 너도? ㅋㅋ"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이었는데, 이성애자인지 퀴어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대놓고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어? 너도?" 하는 것이 매우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지역 사회의 흥미로운 이벤트에 참가하는 이성애자든, 아주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받아들인 당당한 퀴어든, 아주 보기에 좋았다.



청명한 하늘 아래, 행진중 어느 여성 퀴어분께서 혐오세력을 향해 고요하지만 아주 우렁차게 드높였다. "QUEER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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