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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아웃팅 협박을 받아 온 게이 감독, <독전>의 이해영 감독


이해영, 영화감독, 1973


필모그래피


2000년 《커밍아웃》 - 각본

2001년 《신라의 달밤》 - 원안

2002년 《품행제로》 - 각본

2004년 《안녕! 유에프오》 - 각본

2004년 《아라한 장풍 대작전》 - 각본

2006년 《천하장사 마돈나》 - 연출, 각본

2010년 《페스티발》 - 연출, 각본

2012년 《26년》 - 각본

2014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 연출, 각본

2018년 독전 - 연출, 각본


본인이 어려서부터 아주 재밌게 보았던 영화들을 작업한 분이다. 아마 정점을 찍은 작품이 <천하장사 마돈나>가 아닐까 싶다. '마돈나'까지 이해준 감독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한 것 같고, '마돈나'를 마지막으로 이제는 각자 작업을 하는 것 같다. 


이해준 감독은 '마돈나' 이후에 <김씨 표류기>를 연출하였고, 이해영 감독은 <페스티발>로 다시 한번 다양한 소수자의 삶을 그려낸다. 극중 "살다보면 변태 엄마도 있는거야"라는 대사를 써냈지만, <천하장사 마돈나>의 "난 뭐가 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살고싶은거야"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 흥행에는 실패하고 아마 독전으로 명예회복을 하며 성공을 거둔다. 상업적 성공이 성공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천하장사 마돈나>와 <김씨 표류기>는 내 인생 영화에 꼽히는 영화들이다. 그래서 <페스티발>까지 찾아보게 되었으며, 그 이후로 이해영 감독을 알게 되었다. 나름 TV에 많이 노출되는 잘나가는 영화감독이었다.(교양 프로를 제외하고도 메이저 예능인 라디오스타, 미운오리새끼에도 출연할 정도) 


나는 그를 알게 되고 혹시 '이쪽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의 영화에서 읽을 수 있었던 그의 바이브, 그의 외형(?) 스타일, 변영주 감독과의 친분등..



이러한 이해영 감독은 1년전 한 누리꾼에게 미투 가해자로 지목 당하게 된다.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2012년 이해영 감독과 누리꾼이 썸을 타고 있던 또 다른 영화 감독, 외1명과 함께 정동진으로 여행을 갔으며 당시 이해영 감독과 외1명이 자신을 침대에 눞히고 강제로 옷을 벗기려고 하였다며 폭로 글을 게시하였다 (현제는 삭제된 상태)  


이에 대해 이해영 감독은 사실무근이며, 그 누리꾼으로부터 아웃팅 협박을 받아온 피해자라며 입장을 밝힌다. 아래는 이해영 감독의 입장 전문이다.


저는 성소수자입니다. 게시자는 약 2년전부터 저의 성 정체성과 인지도를 약점으로 이용해 지속적인 협박을 해왔습니다. 그는 제 지인과의 결별 이후, 저 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한 협박과 허위사실을 담은 언어폭력을 가해왔습니다. 이제는 개인적인 피해를 넘어, 공적인 명예가 실추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강압적인 방식으로 제 의사와 무관하게 저의 성 정체성이 밝혀지고,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해 저의 명예가 실추되는 상황을 간과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저의 인권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받아온 협박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작합니다. 아울러 언론관계자분들께서는 확인되지 않는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향후 모든 대응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진행하겠습니다. 


해당 사건 이후 진행 상황이나 별다른 결과는 찾아 볼 수 없다. 2018년 3월 미투 사건이 일어났고 2018년 7월즈음 <독전>이 개봉하여 큰 흥행을 거두었다. (미투 사건이 흥행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나 보다. 미투 사건이 큰 이슈가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해영 감독의 커밍아웃 사실을 본인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으니;;)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며 감독 본인에게 유쾌한 기억이 아닐텐데 이제사 포스팅을 하는 것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커밍아웃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에 포스팅을 한다. 불미스러운 동성 추행 사건을 겪은 또 다른 연예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호모 포비아적 발언까지 일삼는다. 이해영 감독은 비록 협박에 의한 아웃팅으로 인해서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지만 그의 솔직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굳이 이런식의 커밍아웃이 아니었더라도 그는 줄곧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커밍아웃을 해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