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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국내 최초 커밍아웃 프로게이머(오버워치 E FFECT), 황현


황현, 1997, 프로게이머(오버워치 E FFECT)


새별비, 버니와 함께 원조 국내 3대 트레이서로 꼽힌다. 시즌2 경쟁전에서 솔큐로 최종 점수 4785점을 기록하여 글로벌 랭킹 1위를 달성하면서 인지도가 치솟았다. 경쟁전 폼이 최절정이던 시절 그야말로 팀의 멱살을 잡고 캐리 하는 모습을 거의 매판 보이면서 이펙트를 팀으로 만난 사람들은 필승을 부르짖고 적의 팀 보이스에서는 한숨이 터져나오던 광경이 타 스트리머 방송에서 자주 목격되었다고 한다.


개인 방송과 경기에서 보여주는 센스 플레이에 ‘재능러'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본인은 늘 '노력형 딜러'임을 강조한다. 실제로 개인 방송에서 "프로씬에서 내 에임은 좋은 편이 아니다" 식의 멘트를 자주 하며 이를 망언으로 인식한 시청자들의 물음표가 채팅창을 뒤덮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겸손하기만 한 타입은 아니어서 "딴 건 몰라도 게임을 넓게 보는 시야나 센스는 좀 있는 것 같다"며 본인의 강점을 꼽기도 했다. 



오버워치를 하지 않아 그간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달도 안된 2018년 12월 22일 트위터를 통해 양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였다. 


 "살면서 제일 힘들고 길게 느껴졌던 1년이 지나갔습니다. 팀과 개인실력의 부진, 가족과의 트러블, 애인과의 트러블과 결별, 나빠져가는 몸과 정신상태, 그에 맞게 따라오는 사람들의 커다란 관심과 악플들까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멍청한 신념은 무지함으로 판결났고, 끝까지 버틸 수 있다고 자신하던 의지는 연속된 시련에 가볍게 무너져버렸던 1년이였습니다. 2018년이 끝나가는 지금 저에게 남아있는것은 우울하고 피폐하며,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 글러먹은 몸뚱아리와 햇빛하나 안 받고 연습으로만 단련된 예쁘장한 손 한쌍 , 그리고 수 많은 팬분들과 적지많은 않은 안티팬분들의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오버워치는 프로로써 팀원과 코치에게 의지하며 팀으로써의 나의 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서로를 믿고 가기로한 팀원으로써 팀원과 코치의 이야기를 듣고 나와 팀원들의 조율점을 찾아 혼자 주목받는 선수가 아닌 강한팀의 팀원으로써 주목받는 방법을 찾을것입니다. 글러먹은 성격과 마인드는 다른 취미로 해소하거나 믿음이 가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볼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연습을 함으로써 나를 계속 채찍질했지만 이렇게 가다간 정말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릴꺼 같아서 저 자신이 무서워 졌습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쓰고 있었던 거칠고 강인한 남자라는 이미지의 탈을 벗을 것입니다. 주변의 시선과 사회의 기준 때문에 꾹 참고 있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저의 내면, 성 정체성은 남성보다는 여성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한국팬분들은 진짜 킹ㅈㅈ라고 놀리지 말아주세요. 안 그런척 했지만 수치스럽고 미칠거 같습니다. 이제서야 겨우 익숙해졌지만 한국팬 분들은 그래도 사용을 자제해 주었으면 합니다. 굳이 쓰시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 이런글을 쓴 이유는 제일 우선으론 남들 눈치를 보며 많이 피폐해져버린 저를 위해서, 그 다음으로는 저를 걱정하는 팬 분들과 지인들을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은 나의 몰락을 기대하는 안티들을 위해서 입니다. 어차피 이미 도망갈 수도 숨을 수도 없는 몸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쭉 보시고 응원해주실분은 응원해주시고, 욕하실분은 쭉 욕하시라고. 더럽게 길었던 2018년. 응원해주신 팬 분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안티분들은 너무 욕하셔서 ㅈ같았지만 그래도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더 노력 해보겠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고 다음 년도에 봐요. Ps. 그리고 괜찮냐는 질문좀 하지말아주세요. 안 괜찮다고 대답하기는 그렇잖아요."




거칠고 강인한 남자라는 이미지의 탈 & 주변의 시선과 사회의 기준


정말 뼈져리게 공감한다. 태어난 순간 생물학적 성별로 구분되어 우리는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자라야 하는지 사회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그 사회의 기준에 미치치 못할 경우, 낙오자 취급을 받으며 조롱거리가 된다. 우리는 그 편협한 사회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칠고, 강인한' 탈을 쓰고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연기해낸다. 물론 어떤 이에게 그 연기가 수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 연기가 매우 고통스럽고 힘겨울 수 있다. 


황현 선수는 예의상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 조차 버거울 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전해지진 않겠지만 고생했다고, 멋있다고, 지지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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