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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설치 미술가, 서울대 서양학과 학과장 오인환


설치 미술가, 교수 오인환 1965


경력사항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과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부교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조교수


작품활동


전시회2014년 사각지대 찾기 (갤러리팩토리, 윌링앤딜링, 서울)


전시회2012년 거리에서 글쓰기 (신도리코 문화공간, 서울)


전시회2009년 TRAnS (아트선재센터, 서울)


전시회2002년 Smoldering Relations (밀스컬리지 미술관, 미국)


전시회2002년 나의 아름다운 빨래방 사루비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전시회2001년 Meeting Place, Meeting Language (대안공간 루프, 미국)


수상경력


2015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회 2002년 <나의 아름다운 빨래방 사루비아> 작가는 관객과 밀폐된 공간에서 관객의 옷을 빨아준다. 어디까지 벗을지, 어디까지 빨아줄지는 관객의 몫이다. 관객의 옷이 빨리는 동안 1시간 남짓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관객의 옷을 다 빨아준 뒤에는 옷을 고이 접어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누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밀하고 사적인 무엇인가 있을 것이다. 성소수자 또한 그러하다, 늘 이성애자의 탈을 쓴 채, 흉내내며 살기 급급하다. 작가는 밀폐되고 비밀이 보장 된 공간에서 관객이 원하는 만큼 빨아준다. 


전시회 2009년 TRAnS 아주 재밌었다. 예술이 모르는 사람이 가도 충분히 호기심을 느끼고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내가 게이라서 더 흥미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게이 업소 이름을 향으로 그리고, 그것을 태우는 작업이 유명했다. 아트선재에서는 게이 업소 이름을 바닥에 볼록하게 적어두고, 그 위에 검은 태입같은 걸로 글자들를 모두 가렸다. 관객은 신발을 벗고 올라가 맨발로 글자를 더듬어 본다. 게이들은 늘 그러하듯 숨어살기 마련이다, 게이 업소들도 모두 지하나, 골목 같은 곳에 솜겨져 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다. 철저히 이성애자는 배제되어 있다, 예술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라더니 ㅋ 게이도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ㅋ, 글자를 더듬다 만약 찜방 이름을 캐치해 냈더라면, 그것은 혼자만의 비밀




전시회 2009년 TRAnS <이반파티> 작가는 매년 연말에 파티를 연다. 그리고 방명록과 같은 개념으로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의 싸인을 받는다. 단, 싸인위에 싸인을 받고 그 위에 겹쳐지게 싸인을 받고, 그렇게 어떤 것이 누구의 싸인인지 모르게 싸인은 계속 중첩된다. 그리고 방문자에게 작가는 묻는다 "작품에 방명록을 활용할 껀데 혹시 네 이름이 오픈되어도 괜찮겠니?" 하지만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어떤 작품에 어떻게 활용될 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건 좀 불편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저렇게 심플하게 전시 될 줄 알았으면 '동의'할 껄 그랬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을 작가는 어떻게 느꼈을까.. 아마 전시회때 작가 이외에 이름을 오픈한 사람이 한 둘 더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지금도 '저렇게 심플하게 전신됐다면' 이라고 후회하는 내 모습은 여전히 오픈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비겁한 모습이 아닐까..



작가가 했던 얘기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자신이 뉴욕에서 유학하던 시절, 아시안이기에 모두로부터 배척당하고 있을 때 한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고, 자신이 먼 타지에서 초대를 받고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스스로가 '게이'였기 때문이라고, 나도 늘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굉장히 서민적으로 자랐지만, 내가 '게이'이기 때문에 오인환님과 같은 작가도 만나보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만나보고, 의사, 변호사, 성악가, 해외파, 부자, 웹툰작가, 연예인, 성우, 약쟁이, 조폭, 외국인 등등 이런 다양한 사람들은 내가 '게이'가 아니었다면 못 만나봤을 것이다. 성소수자로 태어난 것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또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사회의 차별을 이겨내고 이성애자보다 더욱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튼, 작가는 뉴욕에서 초대받은 이후에 자기도 한국에 돌아가면 게이들을 한대 모아 파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실은 생각은 쉽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렵고 귀찮다. 


오픈리 게이인 작가는, 폐쇄성이라고 해야 할지, 아웃팅에 대한 공포라고 해야 할지, 게이들의 숨어사는 삶을 꿰뚫어 본다. 그리고 그 불안과 은폐성에 예술적 흥미를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게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작가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죽기 전에 더 나아진 사회에서 살고 싶다고, 작가는 밀크(샌프란시스코 최초 게이 시장)와 같이 급진적 운동은 하지 않지만, 그의 작품은 더 나은 사회를 갈구하는 작가만의 목소리일 수도 있지 않을까.


2018/07/16 - [[공지]] - 커밍아웃 아카이브 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