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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추천 퀴어영화] 로렐, 믿고보는 줄리안 무어와 엘렌 페이지


로렐 (Freeheld , Laurel , 2015)


직업이 경찰인 로렐역을 맡은 줄리안 무어는 남성 경찰들로부터 희롱을 당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아주 사랑하는 정의로운 경찰이다, 용의자(?)에게 무식하게 협박과 욱박을 지르는 남성 경찰들을 뒤로하고, 따뜻함과 공감 능력으로 용의자에게서 핵심 증언을 이끌어낸다. 자기 주체적이며, 공감능력이 탁월한 그녀는 아마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답고 멋있는 '여성상'이 아닐까 싶다. 


엘렌 페이지는 로렐의 파트너 스테이시역으로 등장한다. 스테이시역은 아주 순박하고 털털한 바이크를 좋아하는 시골 '아기마초'같은 역할로 등장한다. 성별을 떠나 마초적인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긍정적인 마초도 존재하는 법이다. 엘렌이 맡은 역할이 긍정적인 마초가 아닐까 싶다. 그녀는 자동차 엔지니어이다, 소위 말하는 남성들의 직업에서 실력으로 입증하고 살아남는다, 레즈비언이 연기하는 레즈비언, 어쩜 저렇게 연기를 잘할꼬?!!! (엘렌 페이지 커밍아웃 리뷰 바로가기)


로렐과 스테이시는 서로 사랑에 빠지고, 집을 사고, 집을 함께 가꾸며 동거를 시작한다, 동성결혼이 불가능한 미국에서 둘은 그나마 결혼의 제도와 흡사한 시민결합(파트너쉽)제도에 등록을 한다. 세상이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그들은 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멀지 않아 로렐은 회복이 어려운 말기암 판정을 받는다.


23년간 성실히 근무해온 공무원인 로렐은 자신의 연금을 자신의 파트너인 스테이시에게 양도하고 싶다, 하지만 그녀의 요청은 지속적으로 기각을 당한다, 로렐의 요구사항은 오로지 결혼을 한 부부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이었다. 로렐은 죽음을 앞두고 서로 함께 가꾼 그 집에서 스테이시가 떠나지 않고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주었으면 한다, 그녀는 스스로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투쟁을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이야기이다. 결국 그녀의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인정받을 수 있었으며, 스테이시는 여전히 그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영화는 크고 작은 소수자 차별에 대해 소소하지만 지속적으로 고발을 하고있다. 여성으로서 받는 차별, 성소수자로서 받는 차별, 극단적인 호모포비아 발언에서부터 보편적인 호모포비아적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그러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로렐과 로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인간다움에 호소를 하고, 결국 그들은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해낸다. 


어찌보면 결혼 제도는 강압이다. 법에 의해 혹은 사회적 시선 때문에 때로는 원치 않지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어쩔 수 없이 지속된 관계일 수 있다. 하지만 법도 아닌, 사회적 시선 때문도 아닌, 진정으로 서로를 아끼는 관계가 있다. 이 커플의 사랑과 애정, 추억이 보편적 이성애주의적 관계보다 하등하다고 어떻게 판단하고 재단할 수 있는 것일까? 어찌보면 진부하게 전개되는 영화임에도 줄리안 무어와 엘렌 페이지의 연기는 영화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게다가 실화라니....


영화는 로렐과 스테이시를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지속적으로 분리하려는 표현을 한다, 그들은 딱히 성소수자 운동에 대해 의식과 소명따위는 없다, 그저 그들 서로를 아끼고,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 당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이해영 감독님의 <천하장사 마돈나>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난 뭐가 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거야!!!!" 인권단체 '놈들'은 그들의 케이스를 활용하여 동성결혼 합법화에 힘을 싣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건 단지 서로 사랑하는 것이고 함께 가꾼 집에서 계속 살고 싶을 뿐이다. 아마 이렇게 스스로의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사랑이 차별받지 않고 무시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야말로 세상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키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늘 생각한다. 









2018/07/16 - [Queer] - 인셉션의 주연배우 엘렌 페이지는 레즈비언